딴동네 소리를 찾아서 – 7. 제 19회 쇼팽콩쿨 3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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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19/2025
게시 10/19/2025
Poème

매회 쇼팽 콩쿨은 그 해 참가자들의 분포, 당대의 음악 트랜드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쇼팽의 음악만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매회 3라운드는 참가자들의 가장 내밀한 자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주최측이 정한 룰도 아니고, 매회 참가자들의 불문율도 아니다. 정해져 있는 룰은 그저 1, 2라운드에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한 10~20명의 피아니스트들이 3라운드에서는 “마주르카” 로 노래를 해야 하고 “소나타” 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 두개를 합쳐도 결국 3~40분 밖에 안되고, 총 연주시간은 1시간인데다, 여기서 좋은 연주를 보여주면 결승에 진출할 티켓이 주어지다보니, 연주자들은 자연스레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을 선택하게 된다. 다만 다들 많아봐야 20대 중후반인 젊은 피아니스트다보니, 연주자들은 본인을 감추는 것 보다는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더 익숙하다. 결국 쇼팽 콩쿨 3라운드는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본인의 이야기가 되어 왔던 것이다.

콩쿨 이후 회자되는 전설적인 연주들도 대부분 다 3라운드에서 나왔다. 2021년 18회 대회에서는 공개된 채점표를 보면 심지어 파이널 라운드 이전에 3라운드에서 이미 우승자가 결정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중요한 라운드라는 것을 연주자들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쇼팽의 문법 안에서 풀어내는 사람은 불멸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19회 쇼팽 콩쿨 또한 엄청나게 높은 연주자들의 수준과 더불어, 매 라운드에서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실력자들이 충격적으로 탈락한 이후 더욱 높아진 긴장감 덕분에, 20명의 연주자들 대부분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쇼팽 콩쿨 3라운드에는 참가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하나의 큰 변수가 있었다. 바로 심사위원 중 한 명, 그것도 폴란드 음악계의 거성 중 한 명인 Krzysztof Jabłoński가 2라운드 중간에 심사와 관련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불필요한 말을 상당히 많이 늘어놓은 것이다.

내용은 폴란드어로 진행되었는데 (후술하겠지만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Jabłoński 는 (굉장히 좋게 풀어서 말하자면) 현재 음악 교육이 볼륨과 퍼포먼스 위주로 나아가고 있음에 대해 한탄했고 보다 작곡가 자필악보 및 기록 등을 포함한 Text와 실제 춤의 맥락에서 음악이 이루어지기를 추구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쇼팽 콩쿨 참가자 중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을 많이 듣지 못했다는, 정말로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고야 말았다. 그 말을 전하는 Jabłoński 의 표정은 타국의 사람인 내가 보아도 굉장히 거만한 표정이고, Youtube 자동번역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말들은 무척 굉장히 고압적인 태도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더욱 심각했던 모양이다. 폴란드인들의 댓글들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스승의 날이 되면 옛날 선생들에게 맞았던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8~90년대생들마냥 대단히 공격적인 댓글들로 가득하다. 오히려 그의 음악에 대한 지적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저런 주장도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폴란드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문제는 이 콩쿨은 폴란드 대통령이 직접 시상할 만큼 정치적인 요소가 강한 콩쿨이고, 때문에 대중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콩쿨은 1라운드부터 말보다는 노래를, 속주 테크닉 보다는 리듬을, 볼륨보다는 화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자들이 선발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인 볼륨과 테크닉을 보여주는 연주자들이 선발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선발에서의 균형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3라운드까지 무척 다채로운 연주자들이 나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나, Jabłoński 의 자살골에 가까운 저 발언으로 인해 3라운드 결과는 테크닉 위주의 줄 세우기가 되어버렸다. 사실상 대중들에게 있어,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 있어서도 가장 정량적이면서도 공정한 선발이 가능한 요소는 테크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안타까운 탈락자들도 발생하고야 말았다. 우승자 및 입상자 면면까지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이 깨어진 균형은 차칫 이 콩쿨의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는 엄청난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상, 심사위원들의 자정작용을 믿고, 심각한 우려에 대해서는 표하지 않도록 하겠다.

어쨌거나, 소리즈는 20명의 연주자들의 연주를 모두 들었다. 각 연주자들에 대한 필자의 감상 소감 및 개인적인 평가, 그리고 3라운드 최종 결과를 지면을 통해 올려본다. 연주 순서대로 작성하였음을 밝히며, 필자의 이번 쇼팽 콩쿨에서의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쇼팽의 문법인가
2) 속주 기술이 훌륭한가
3) 말이 아닌 노래를 하는가
4) 연주자의 개성이 보이는가
5) 그럼에도 쇼팽인가


Gao (Jack) Yang / China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일본 제식교육의 폐해가 아시아에 아직 남아있다니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Stanislav Neigauz (Russia), 한지원 (Korea) 을 추천드립니다.

2000년대 고도성장 시기를 지내온 중국인들을 향해 보내는 03년생 피아니스트의 따뜻한 위로. 의외로 이 정서가 우리나라의 90년대 정서와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세광 소곡집을 들고, 계란처럼 손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학원을 다니며, 사과를 색칠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연주자의 공연에서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내밀한 정서를 표현하다 보니 쇼팽의 음악에서는 다소 멀어진 느낌이다. 쇼팽 소나타 3번 3악장까지 도달하는 논리는 정말 흠 잡을 곳 없었으나, 4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쇼팽의 음악을 통해 꾼 꿈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본인이 꿈에서 덜 깬 느낌. 정말 소중한 연주이기는 하나, 쇼팽 콩쿨의 취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연주를 귀하게 여겨주는 콩쿨이 요즘 잘 없으나, 윤이상 콩쿨에 나온다면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윤이상 콩쿨은 한국군 군입대에 대해 대체복무 혜택을 주고 있으니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지원해보시기를! (최종결과: 탈락)


Eric Guo / Canad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그가 쇼팽 시대악기 콩쿨을 우승했음에도 (쇼팽이 살아있던 시대의 악기로 경쟁하는 콩쿨이다. 그는 2회 대회의 우승자이다.) 다른 콩쿨에서의 실적이 너무도 좋지 않은 이유는 결국 볼륨이라고 본다. 금속세공사를 떠올리게 할 만큼 세밀한 분석을 선보이지만, 결국 콘서트 홀 피아니스트로서 본인을 증명하지 못하면 쇼팽 콩쿨에선 어렵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볼륨을 높이려다 음악을 잃어버리는 대참사가…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윤홍천 (William Youn, Korea) 을 추천드립니다.

음색의 아름다움은 비교불허. 만약 파이널에 진출한다면 마주르카상을 노려볼만 하다. 초 단위로 세밀한 plan을 세웠고, 모두 성공했다면 전설적인 연주가 되었겠지만 아무래도 중압감이 높은 공연에서는 단순하고 간결하게 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쇼팽 콩쿨 참가자 중 가장 쇼팽에 대해 탐구를 많이 한 연주자 중 한 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종결과: 탈락)


David Khrikuli / Georgi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애매하다. 1라운드에서는 평가가 어렵겠다. 2라에 올라오면 다시 생각해보겠음.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크리쿨리의 연주를 난 정말 좋아한다. 이번 라운드에서 잘해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그러나 이 음악이 쇼팽의 문법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Yefim Bronfman (Israel), Behzod Abduraimov (Uzbekistan) 를 추천드립니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본인의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웠지만 3라운드에서 비로소 증명해냈다. 음악에 있어 동유럽과 러시아는 무척 다르고, 본인의 성장배경인 조지아 역시 오랜 클래식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러시아에 가려진 부분이 컸다. 파워풀한 공연, 압도적인 설득력, 관객을 이끌고 가는 카리스마 모두 스타의 자질을 갖췄다. 다만 안타깝게도, 쇼팽의 문법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기 때문에 파이널 진출은 회의적이다. (최종결과: 진출)


Shiori Kuwahara / Japan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8회 콩쿨에서 2위를 차지한 소리타보다도 압도적이며, 진실로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Jan lisiecki (Canada/Poland) 를 추천드립니다.

베이스의 울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타건과 페달링의 기술과 관련해 책을 내면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에게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소프트 터치부터 FFF까지 미세하게 조정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탁월하다. 매 라운드마다 압도적인 터치로 관객들을 이끌었으나, 리듬을 타야 하는 부분이 나올 때 마다 본인 내면의 리듬과 곡 자체의 리듬 사이에서 자주 혼선을 겪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3라운드에서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중압감에 의한 것이기를 빈다. (최종결과: 진출)


이 효 / Republic of Kore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형 덕분에 경험치를 많이 쌓아서인지 너무나도 안정적이고, 어찌 보면 이번 콩쿨의 트랜드를 반대로 가고 있다. 형과 달리 보수적인 해석을 추구하는데, 이게 역으로 신선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1라운드에서 이야기이고, 2라운드에서 본인만의 색채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우려가 현실로. 훌륭한 연주였지만, 안타깝게도 3라운드가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Janus Olenizak(Poland), J J Jun Li Bui (Canada/Vietnam) 를 추천드립니다.

이번 콩쿨에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올드스쿨적인 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흔하게 느껴지지 않고, 음악이 단단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배운 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고, 본인의 색채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하는 대로만 잘 한다면 무척 귀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 느껴진다. (최종결과: 탈락)


이 혁 / Republic of Kore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내가 이혁의 팬이어서 객관적 평가는 어렵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해보자면 어쨌거나 파이널은 이번에도 갈 것 같다. 장점이라면 녹턴에서 보여준 그 엄청난 (좋은 의미의) 긴장감일 것이고, 단점이라면 여전히 불안한 페달링일 것인데, 상위라운드에서 어떤 곡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시상식에서 걸게 될 메달의 색이 달라질 수도 있을 듯 하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나는 이혁의 팬이므로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만, 어쨌거나 어떻게 봐도 파이널은 갈 것 같다. 연주가 끝나고 폴란드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소나타 2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의 임무입니다” 라고 말한 것은 정말로 훌륭했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혁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혁과 유사한 피아니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 2라운드에서 전형적인 쇼팽 콩쿨 입상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3라운드에서 느닷없이 본인의 러시아 배경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도박을 했다. 물론 준비되었으며 계산된 도박이었고, 덕분에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즉흥곡과 마주르카가 탄생하였다. 1시간짜리 타르콥스키 영화를 본 기분이 든다. 대중들에게는 소나타가 더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이번 소나타는 결승에서 선보일 Polonaise-fantasie의 전주곡으로서 준비된 곡이었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4년 전 보여준 소나타가 판타지적 느낌이 강했고 더욱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고 기억한다. 다만 이번 도박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신이 없다. 신선하다고 볼 것인가, 도발적이라고 볼 것인가? (최종결과: 탈락)


Tianyou Li / China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기술을 보여주었고 본인의 색채도 보여주었지만 쇼팽음악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Bruce Liu (Canada/China, 18회 우승자), Mitsuko Uchida (UK/Japan) 을 추천드립니다.

1,2라운드만큼 압도적인 기술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노래를 온전히 자신의 리듬 안에서 통제하고 있다. 다만 본인의 리듬에 대해 폴란드인들이 공감해주느냐는 별개의 문제. 공감을 받는다면 파이널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한국 팬들이 도우너를 닮았는지 마이콜을 닮았는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전해주면 좋을 것 같다. (최종결과: 진출)


Xiaoxuan Li / China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아름다운데, 개인적으로는 유럽을 동경했던 19세기 중국인들의 느낌이 난다. 어쨌거나 3라운드는 가능할 듯.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Kyohei Sorita (Japan) 을 추천드립니다.

중압감 때문일까. 본인의 실력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에 불을 품고 있는 연주자임은 분명. (최종결과: 탈락)


Tianyao Lyu / Chin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내가 들은 유일한 신인. 만 16세이지만 우승후보이다. 놀라움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어쩌면 최연소 여자 우승자도 탄생 가능할 듯하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과거 폴란드 피아니스트들을 많이 참고한 듯 하다. Janus Olenizak 이나 현재 심사위원석에 있는 Jablonski 의 연주도 꽤나 들리는 듯 하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연주인데, 굳이 비유하자면 예전 장한나의 첼로 연주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흡수력이 좋은 이 나이에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이가 차고 본인만의 음악을 내야 할 때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3라운드에서는 좀더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길.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Yuja Wang (China), 문지영 (Korea) 을 추천드립니다.

16세의 나이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2라운드까지의 연주로는 이 이야기가 과연 본인의 이야기인지, 스승에게 배운 이야기를 외워서 풀어내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으나 3라운드를 보니 본인의 이야기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1, 2라운드와 달리 3라운드에서는 치명적인 미스터치가 몇 번 나왔지만, 그럼에도 음악을 잃지 않았다. 마주르카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발을 끄는 동작은 굳이 내가 연상하려고 하지 않아도, 음악에서 명시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런 곡을 듣고 누가 춤을 추지 않을 수 있을까. (최종결과: 진출)


Vincent Ong / Malaysi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유명세에 비하면 좀 평범하지 않았나.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이번 콩쿨에서 내가 알고 있는 빈센트 옹의 기량의 절반도 못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쇼팽의 문법에서 쇼팽을 표현해야한다는 강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Fou T’song (China) 을 추천드립니다.

3라운드를 위해서 지금까지 체력을 아낀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프로그램은 4년 전 이혁과 똑같으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혁의 연주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내밀한 판타지였다면 Vincent Ong 은 오로지 자신이 골똘히 찾아 낸 쇼팽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런 연주자는 정말 귀하다. (최종결과: 진출)


Piotr Pawlak / Poland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10년 전 에릭 루가 시도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길을 전직 오르가니스트가 완성시키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솔직히 자신없지만, 나에겐 우승후보이다. 폴란드인이니까 어떻게든 올려주지 않을까?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Piotr Pawlak의 팬이 되었습니다. Pawlak과 유사한 피아니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라운드 전 Pawlak의 압도적인 강점은 노래와 춤이며, 압도적인 약점은 속주 테크닉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장점은 1,2 라운드만큼 발휘하지 못하고 단점이 강화되어 버린 안타까운 라운드. 늘 웃으며 연주하던 그가 끝내 대기실에 내려와서 주먹으로 벽을 치는 모습으로 이번 라운드의 모든 것이 설명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지기엔 너무 아깝다. 그의 음악은 진실로 특별하다. (최종결과: 탈락)


Yehuda Prokopowicz / Poland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강원도 내 피아노학원만 뒤져봐도 한 10명은 나올 것 같은 느낌.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당신은 많은 연주자들을 폭넓게 사랑할 준비가 된 진정한 클래식 팬입니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이 연주자의 추구미는 Evgeny Kissin (Russia)의 초기 연주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집에 가면 될 것 같다. (최종결과: 탈락)


Miyu Shindo / Japan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이것이 일본 연주자들의 전형적인 쇼팽 해석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겹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Ebi Akkiko (Japan), Martha Argerich (Argentina) 를 추천드립니다.

나는 지겨운데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은 지겹지 않은가 보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문화적 차이일 수는 있겠다. 그간 라운드 중에서는 가장 쇼팽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도전적인 곡들도 잘 수행했다. 단지 그뿐이라고 느끼지만, 이것도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편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최종결과: 진출)


Tomoharu Ushida / Japan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글쎄..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Masaya Kamei (Japan), Stanislav Bunin (Russia) 를 추천드립니다.

일본 피아니스트 Masaya Kamei 를 보는 느낌이다. 차이가 있다면, 가메이보다는 좀 더 레퍼토리를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가메이보다 전반적으로 볼륨을 크게 연주하는 것 같은데, 가메이가 크게 칠 줄 몰라서 작게 연주하는게 아니다. 단순히 세게 친다고 스타성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너무 아까운 재능이다. 음악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최종결과: 탈락)


Zitong Wang / Chin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중국 피아니스트 중에 꽤 단단하게 자기 길을 간 편이다. 아직 평범하지만, 2라운드 가기에 부족하진 않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특별히 생각이 나진 않지만, 탈락을 할 이유는 없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Maurizio Pollini (Italy) 를 추천드립니다.

한석봉의 글씨는 지금 보면 한글과컴퓨터의 영향으로 매우 평범한 한자체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글씨체였다고 한다. 음악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다. Zitong Wang의 연주는 일견 평범해 보이고 나도 그렇게 착각했으나, 사실은 Maurizio Pollini의 음악을 계승하고 있다. 이 작업이 너무나도 섬세해서 나도 3라운드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본인이 폴리니를 계승하며 새로운 쇼팽의 1인자가 되려고 한다면, 파이널의 Polonaise-Fantasie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종결과: 진출)


Yifan Wu / Chin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이런 친구가 한 명씩은 꼭 나오는 게 쇼팽 콩쿨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이런 사람 보는 것이 쇼팽 콩쿨의 취지이기도 하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Charles Richard-Hamelin (Canada) 를 추천드립니다.

피아니스트들 중에 절대로 쇼팽이 아니면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연주가 해당 콩쿨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는 아닐 수 있어도, 누구나 그 사람의 연주를 들으면 그의 쇼팽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Yifan Wu의 연주가 전형적인 그런 연주다. 자기 내면에 있는 곤조를 드러낼만도 한데, 끝까지 억제하는 것이 참으로 인상깊다. 이런 스타일의 연주자가 우승을 한 적은 없지만, 파이널에는 한 명씩 꼭 들어가는 편이고 이번엔 이 친구의 차례일 수 있겠다. (최종결과: 진출)


William Yang / USA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참가자 중 가장 스타인웨이스러운 소리를 잘 낸다.

*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Helene Grimaud (France) 를 추천드립니다.

소리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통통 튀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중후한 음은 잘 표현한다. 만약 이번 콩쿨에 스타인웨이 상이 있다면 이 사람이 받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밍밍해서 자주 찾아 들을 것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부담없이 듣기 좋은 데일리 뮤직으로서의 쇼팽 음악으로는 아주 좋다. 이런 음악가도 필요하다. (최종결과: 진출)


Piotr Alexewicz / Poland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그의 화보만큼 실력이 따라와줬다면.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음악도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당신은 많은 연주자들을 폭넓게 사랑할 준비가 된 진정한 클래식 팬입니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이 연주자의 추구미는 Lukas Geniušas (Lithuania)의 초기 연주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3라운드는 영리하게 본인의 약점을 잘 감출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고, 폴란드인들이 좋아하는 리듬을 잘 나타냈다. 배점을 잘 활용한다면 파이널에 진출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나에게 그의 음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최종결과: 진출)


Kevin Chen / Canad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그는 우승하러 온 우승자이다. (루빈스타인, 제네바 콩쿨을 이미 압도적 차이로 우승했다.) 그는 아웃사이더 출신이었으나, 앞선 우승들을 클래식계 중심에 있는 인물들에게 도달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했고, 지난 2년간 폐관수련 끝에 그 결과물을 내 보였다. 압도적 기교를 오히려 줄이고, 미스터치를 감수하더라도 (나는 이사람이 미스터치 내는거 이번에 처음봄;) 자기 이야기를 쇼팽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는 정말로 감동적이다. 문제는 그것이 본인만의 감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그의 연주가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전세계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어차피 파이널은 갈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고, 그가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그를 응원하건 말건 간) 이번 콩쿨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2라운드에서 보여준 쇼팽 차력쇼. 자격은 충분히 보여준 것 같으니 이제 본인을 보여줘야 할 때.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Aram Harasiewicz (Poland) 를 추천드립니다.

그가 왜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라운드가 3라운드이다.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그 음악이 다시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찐한 음악들로만 구성했음에도, 그를 수식하는 단어 중 기교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차라리 1라운드의 음악이 나았다. (최종결과: 진출)


Eric Lu / USA

* 필자의 1라운드 후 단평: 10년 전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너무도 피아노를, 음악을, 쇼팽을 사랑하는 청년의 순수한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여전히 에릭 루의 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직업인이고, 그의 연주는 여전히 훌륭하지만, 헤어진 연인과 억지로 멜로영화를 찍는 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 필자의 2라운드 후 단평: 10년 전 그는 불편한 사각의자에서 연주했고, 지금 그는 주최측의 배려를 받아 등받이 의자에서 연주한다. 그는 그의 철학을 담아내는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충분히 존경할만한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그것이 쇼팽 음악을 가장 잘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연주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Eric Lu의 팬이 되었습니다. Lu와 유사한 피아니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간 몇몇 피아니스트들이 연주를 앞두고 순서를 바꿔대는 소위 어뷰징 사례가 있어왔는데, 이번 콩쿨은 해당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매우 까다롭게 순번을 제한했다. 그리고 Eric lu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주최측의 허락을 구해 순서를 바꾼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물론 그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해지며, 연주를 하는 그의 표정은 매우 창백했다. 이 대회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직감했기 때문일까. 그는 다시 10년 전처럼, 등받이 의자가 아닌 사각 의자로 돌아왔다. 그의 연주는 에릭 루의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그 연주였다. 약간의 차이로 아주 사소한 연주가 될 수도, 꿈결 같은 연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 그의 연주이기에. 결과와 상관없이 그의 쇼팽 소나타 3번은 그의 모든 라이브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연주였다. 오랜 에릭 루의 팬으로서 개인적으로 이번 콩쿨에 참가한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으나,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것 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최종결과: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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