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동네 소리를 찾아서 – 2.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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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3/21/2025
게시 03/21/2025
Poème

계엄으로 초토화된 2024년 막판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2024년 상반기 기억할 때 떠올릴 대표적 노래 중 하나는 <밤양갱>일 것이다. 우리나라 가요 음악사적으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하는데, 바로 3/4 박자 곡이 차트를 석권한 몇 안되는 사례였기 때문이라고 한다.1

사실 한 때, 우리나라 음악계에는 이상한 낭설이 돌았던 적이 있다. 지금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알고 있는데, 바로 한국인은 3박자 리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한국인이 부르는 동요, 아리랑 등에 3박자가 많다는 것을 든다. 3박자 리듬을 처음 고안한 민족이 몽골로 대표되는 유목민족으로 추정되는데, 한국도 유목민족의 뿌리가 남아 있다는 해괴한 설까지 덧붙여진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3박자 리듬이 유목민에게 어느 정도 구전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4분의 3박자는 유럽에서 춤을 추기 위해 수 세기에 걸쳐 창작된 리듬이라는 것이다. 3/4 이라는 독특한 숫자가 탄생한 이유도 춤과 연관되어 있다. 첫 박에서 마지막 박자 사이에 발을 끄는 동작 (혹은 턴) 을 하기 때문이다. 박자를 지키면서 이 턴 동작을 생략하면 왈츠와 같은 쿵짝짝 이 아니라 쿵_쿵 이 된다. 이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유래한 리듬으로, 통상 시실리아노라고 한다. 역시 3/4 이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아리랑 역시 나운규에 의해 유럽의 리듬인 3/4 에 영향을 받아 창작된 곡이다. 아리랑이 우리 고유의 가락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아리랑이라는 장르가 3/4 박자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강원도 아리랑은 4/4 이고, 정선 아리랑이나 영천 아리랑은 박자가 계속 바뀐다. 또한 수많은 동요들은 독일-오스트리아, 미국 등지에서 19세기에 작곡된 곡이 일본을 통해 번안되어 넘어왔거나 그 영향을 받은 곡들이 대다수이다. 현 5, 60대가 어릴 때 자주 부른 동요 <기러기> 는 1953년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하루카제> 라는 동요로 등장한다. 원곡은 19세기 미국 찬송가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역사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어느 정도 단절된 탓에 구전을 통해서 전수되던 많은 것들이 소실되면서, 비교적 일부에 불과했던 3/4박자의 곡들이 대표성을 띄며 전승된 부분은 분명히 있다. 또한 그 곡들이 지닌 맥락도 유럽 본토와는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 3/4는 어디까지나 춤곡에서 출발한 리듬이지만 한국에서는 Nostalgia의 의미가 분명히 담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석의 차이도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래도 두 번째 비트의 해석 차이가 느껴질 때가 많은데, 유럽에서 해당 비트는 앞서 말했듯 발을 끄는 동작을 은유하기 때문에 약간의 밀고당김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연주가들은 정박으로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이 연주하거나 부른 3/4 리듬의 곡들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친 슈만의 판타지 3악장이 대표적이다. 이 곡의 유일한 12/8 인 이 곡은 연주가의 재량에 따라 본래 박자가 아닌 4/4 로 해석되기도 하고 3/4 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문지영의 연주는 3/4 이 좀 더 강조되어 해석되었다. 덕분에 슈만과 클라라가 발을 교차하며 춤을 추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우리는 받을 수 있다. 사실 12/8 을 정확하게 지킨 알프레드 브렌델이나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를 들어보면 이 곡은 춤곡이라기 보다는 슈만 개인의 독백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아무렴 어떠랴. 한국인인 나는 문지영 연주가 더 좋다.

  1. 출처: 조선일보 오피니언, 임희윤 : [일사일언] ‘밤양갱’이 부른 3박자 신드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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